외국인 5% 시대의 외국인 포용 방안과 과제
이헌용(희년선교회 총무)
주님의 길은 바다에도 있고, 주님의 길은 큰 바다에도 있지만, 아무도 주님의 발자취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 시편 77:19
금융자본의 세계화, 상호관세 철폐를 통한 무역 자유화와 더불어 국가 간의 인구 이동은 오늘날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화와 도시화로 인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빈부 격차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또는 자국의 빈곤과 실업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때론 더욱 풍족한 삶을 누리기 위해 그리고 전쟁과 기근, 박해를 피해 국경이라는 장벽을 넘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전 지구적 인구 이동은 국가의 내부 인적 구성을 서서히 바꾸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미세하며 예민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국가경제를 비국가화 하고 이주는 국가정치를 재국가화 한다.’는 말처럼 이주민의 이동과 정착은 ‘문명의 충돌’과 더불어 원주민과의 통합 과정에 갈등의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총 인구의 5%, 경상북도 인구(267만 명)에 육박하는 2,524,656 명에 이르렀다.(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19.12) 단일 민족, 단일 문화 정신을 견지해온 한국 사회가 외국인 이주민으로 말미암은 다민족, 다문화의 파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맞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이해 – 노동 이주민과 결혼 이주민을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가중됨에 따라 통상산업부 및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력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1년에 해외투자법인연수생제도가, 1993년에는 산업기술연수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위의 제도들은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연수생’의 신분으로 도입하는 편법적인 정책으로서 제도적으로 노동자성을 부정하여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및 산재보상법 등의 적용을 배제하였고, 사업장에서는 강제적립, 폭언폭행, 감금노동, 여권압류 등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1995년부터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로 1996년 고용허가제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과 노동허가제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근로자고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 후 산업연수생에게 최저임금 및 산재보상법과 노동관계법의 일부조항을 적용하고 2000년부터는 연수취업제를 시행하여 총 3년의 체류기간 중 2년을 연수생으로 노동을 하면 이후 1년은 노동자 신분인 연수취업생으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2002년부터는 그 기간을 1년 연수생, 2년 연수취업생으로 완화하였으나 산업연수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이었던 산업연수제와 병행 실시로 고용허가제는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되었다. 법안 제정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2004년 8월 17일자부터 고용허가제는 새로운 외국인력정책으로 본격 시행되었으며, 정부는 2007년 1월 1일부터 외국인력제도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시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3개월에서 최대 5개월 시한의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하여 농어촌에 부족한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몫 돈을 벌려는 꿈을 이루고자 한국을 찾는 노동 이주민들에게 항상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낯선 땅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외로움, 언어 소통, 인종 차별 등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와 많은 제약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이 취업 가능한 직종은 대부분 한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인과 취업 경쟁이 되지 않는 부문에만 문을 열어 놓음으로서 국민과의 갈등의 소지를 막으려는 정책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러한 업종의 사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하여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급여도 제 날짜에 지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에 놓인 사업장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병을 얻기도 하고 잠재되어 있던 질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금체불과 불안한 신분(불법체류자/미등록이주노동자)으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알콜 중독 증세까지 보이는 사람도 있고 또한 익숙지 않은 작업환경 속에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기도 한다.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혈기 왕성한 이들은 외로운 이국 땅에서 사랑을 나눌 짝을 찾아 동거하는 중 많은 아기들이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있는데 산모와 아기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방문취업제로 입국한 중국동포 중에는 노령기에 접어든 분들도 많은데 이들 중에는 혈압과 당뇨 등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안 될 위험한 수준에 이른 분들이 많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공단이며 이들의 신분은 노동자이다. 한국도 7-80년대를 지나오면서 공단의 온갖 아픔을 몸으로 겪어 왔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구조 아래,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또 다른 계층이 우리 ‘지하실’에 들어와 ‘숨어’ 살고 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출국해야 하는 노동 이주민과는 달리 결혼 이주민은 한국에 영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 이들 결혼 이주민은 자녀를 낳아 키우며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국민일 뿐 아니라 우리 중의 친인척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는 단기 순환정책의 노동 이주민들과는 달리, 이들을 장기적 정착민으로 분류하여 사회통합정책을 펼쳐가고 있는데 단일 민족사상, 가부장적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 이들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은 단순히 이들이 한국사회에 흡수, 통합될 것을 기대하고 받아들였는데 반해, 이들은 자기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싶어 한다. 결혼 이주민들도 우리와 동일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기 고유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다. 한국에 산다고 해서 이들을 단순히 한국 사회, 한국 문화에 순응케하고 한국어만을 사용하도록 흡수 통합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들과 평화롭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으로서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 고유의 언어, 문화 그리고 종교적 배경을 가진 엄연한 타문화권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맞이하여 받아들이는 우리는 이들의 문화와 종교, 가치관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하여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들이 약자로서 우리 가운데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힘을 가질 때엔 이들과 평화를 이루며 살아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도 물질에 대한 탐욕, 인간의 이기성, 거짓과 폭력, 악에 대하여 악으로 저항하려는 욕구 등에 대하여 우리와 동일한 죄성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결혼 이주민 1세대들은 자신과 자녀들의 생존을 위해 지금 숨죽여 살아가고 있지만 그 자녀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며 열등의식과 내면의 분노를 억제하는 가운데 점차 성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평화 공동체의 기초를 놓아야 할 책임
외국인 이주민들은 모국에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다가 난생 처음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 와서 각종 인간적인 갈등과 불안, 연민에 싸여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만주 유랑 시대, 사할린,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일제에 나라를 잃고 식민지배를 겪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외국인 이주민들을 이해하며 어려울 때 함께 함으로 한반도 평화공동체의 기초를 놓아야 할 책임을 가진 세대이다. 이들을 불의하게 대접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이들이 당하는 불의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긍휼이란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치유와 회복을 영육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원주민과 외국인 이주민 사이에 인간적 연대성을 이루어 사회적 통합에 기여해야 하겠다. 초기 다인종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이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인간애적 보편성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경험을 확대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들을 구원하는 영적인 사역과 더불어 외국인 이주민들의 상한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외국인 이주민들이 이방도시에서 당하는 모든 억압과 핍박과 착취와 인간적 외로움과 소외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공의를 드러내는 선교적 접촉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복음의 총체적 구현(Wholistic embodiment)이 요청되는 현장이다. 억울하게 당한 일들을 중재하는 상담, 의료 활동을 통한 육신의 치유와 회복,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우며 또한 한국 사회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을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맞이하도록 교육하는 일 등 총체적이며 대(對) 사회적이며 거시적인 안목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들을 향한 성육신적 사랑과 복음전파에 반응하여 외국인 이주민들이 주체가 된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노력할 때 외국인 이주민교회와 한국교회 사이에 사랑과 신앙의 연대성을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독인은 각 분야에서 더욱 이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CMR
이헌용 총무는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후 컴퓨터 분야의 엔지니어로 근무하였다. 이슬람권 선교사로 활동하였으며, 남서울산본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였다. 현재는 희년선교회 실행위원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